2015년 12월 28일 월요일

저런 어린애한테까지 매질이라니...... 너무하는군

'저런 어린애한테까지 매질이라니...... 너무하는군.'

사내들은 이천운이 내공을 이용해 막힌 혈도를 뚫는 것을 경계해 손과 발을 끈으로 묶었다.(이천운의 내공으로는 십년이 지나도 막힌 혈도를 뚫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반시진 동안 몽둥이로 매질을 시작했다.

으~~악!

다섯명이 돌아가며 매질을 하자 이천운은 연이어 비명을 질러댔다. 이천운이 한참 비명을 지르자, 악승호와 송영수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들어 이천운을 바라봤다.

'나도 아까 당했지.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불쌍하네. 나도 아까 허무하게 죽는 줄 알았어요.'

악승호와 송영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차라리 어서 죽여라. 그래서 어서 소설 끝내라! 이 재미없는 소설도 여기서 허무하게 끝인 것 같구나.

때리던 사내들이 지친 듯 잠시 매질을 멈추자, 이천운이 악을 쓰며 말했다.

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왜 그래? 부끄럽잖아.

왜 그래? 부끄럽잖아.

대월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너무 멋져요. 곡명이 뭐죠?

장내의 사람들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길'이라고...... 동쪽에 있는 나라에서 유승준(兪承俊)이라는 사람이 부른 노래야. 나도 아버지께 배운거라...... 오랜만에 해보는 거였는데 괜찮았는지 모르겠군.

이천운이 말했다.

너무 멋졌어요. 한잔 받으세요.

기녀들은 흠모의 눈빛을 보내며 이천운에게 연거푸 술을 따랐다. 이천운도 기분이 좋아져 계속 술을 들이켰다.

우리 언제 소동 피우죠?

송영수는 다들 약간씩 술에 취한 것 같아 내심 걱정이 돼 이천운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우선 놀고 나서 생각해보자. 시간은 많으니까......

이천운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악승호가 투덜거렸다.

악승호가 투덜거렸다.

전 석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천운이 형의 느끼함에 적응이 안돼요. 그런데 여자들은 그 느끼함을 왜 좋아하는 건지....... 휴~! 역시 바람끼를 타고난 건가?

송영수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천운의 뒤를 따라 기루안으로 들어갔다. 겨울이기 때문에 꽃은 없지만, 정자와 가산, 호수가 화려하게 배치돼 있었다. 정원을 따라 삼십여장 쯤 걸어가자 화려한 목조건물이 나타났다. 칠층 높이의 엄청난 규모에 셋은 입만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은 잘생겼지만 촌에서 올라온 모양이구나. 재밌겠는데......?'

기녀는 그들을 보고 웃으며 건물안으로 안내했다. 건물의 입구에는 건장한 사내들 둘이 보초를 서고있었으나, 기녀를 보곤 웃으며 들여보내줬다.
기루의 복도는 각종 그림과 도자기들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다. 무슨 그림인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게 비싼 표시가 났다.

여기 비싸지 않을까요?

송영수가 화려한 내부를 보고 놀라, 악승호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나도 이렇게 큰 기루는 처음 와보는거라...... 아마 엄청 비쌀 꺼야.
악승호도 약간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악승호도 감탄조로 말했다. 이천운은 아무 말도 없이 여인이

악승호도 감탄조로 말했다. 이천운은 아무 말도 없이 여인이 사라진 방향을 넋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 제 8 장 : 수난시대(受難時代)
휴~~
지난 석 달간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천운이형과 함께 하기 전까지 난 나름대로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애늙은이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에서 사부님의 시중을 들며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부 성격이 많이 괴팍하긴 했지만......
그런데...... 그런데......
흑흑흑흑~!
어디서 저런 이상한 형이라는 놈을 만나서 이 고생을 하는 것인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내 뒤통수에 화풀이나 하고...... 덕분에 내 뒤통수 모양이 점점 납작해지면서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내가 사부님한테 공격하는 법만 배웠어도...... 올해까지는 피하는 법만 가르쳐주고 내년부터 공격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했었는데...... 신법을 써서 손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뒤통수를 맞았다. 공격법을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된다.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뭘 하려는 거냐? 우리가 누군지 알고

뭘 하려는 거냐? 우리가 누군지 알고...... 우리는 '대점창파' 의 삼대제자 이시다.

매부리코가 당황해 점창파를 강조하며 물었다. 이천운은 대답하지 않고 씨익 웃으며 두사람의 몸을 한덩어리로 묶었다. 둘은 혈도를 짚혔으므로 반항할 수 없었다. 이천운은 두사람의 옆구리에 있는 소요혈(笑腰穴)을 짚었다. 소요혈을 짚히면 계속 웃게 되므로 두사람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각이 지나자 둘의 얼굴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헤헤헤. 대협....... 우헤헤헤. 저희가....... 우헤헤헤. 잘못했습니다. 우헤헤헤헤.

우헤헤헤. 한번만...... 우헤헤헤. 용서를......

2015년 12월 18일 금요일

한영도 검을 멈췄다.

한영도 검을 멈췄다. [왜 힘을 다해 싸우지 않는 거냐?] 한영이 맥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한 일 년 같이 다니면서 정이라도 생겼나보지. 왠지 너와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빌어먹을 정!] 무전은 한영과 자신의 마음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알았다. 정이라기보다는 같이 사선을 넘은 동지간의 신뢰 같은 것이 그를 지배하고

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한영 역시 웃음으로 답해줬다

에 한영 역시 웃음으로 답해줬다. [황송하오나 소인은 신선이나 되보려 합니다.] [신선?] [아무 미련도 없어진 속세를 잊고 그저 선을 추구하고 검을 추구하는 신선이 되어 고고하게 살아볼까 합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일세.] 뜻을 잃은 군신(君臣)은 허탈하게 웃었다. 누구도 즐겁지 않았다. 한영은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다보이자 잠시 곤한 걸음을 쉬었다. '지금쯤 사부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아무리 선을 추구한다 한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만일 살아계신다면 사부의 나이 이제 백이십 세